부동산 분양계약을 체결한 이후, 여러 사정으로 인해 계약 해제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분양계약은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거나, 기대했던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쉽게 해제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계약 해제를 고려하고 있다면, 감정적인 판단에 앞서 해제가 가능할 수 있는 법적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적으로 해제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바로 분양 과정에서 시행사 또는 사업자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입니다.
건축물분양법은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사업자가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관할 관청의 시정명령, 벌금형 등의 행정·형사적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법 위반 사실은 분양계약 해제의 근거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하급심 판결의 태도는 비교적 엄격했습니다. 즉, 건축물분양법 위반이 존재하더라도, 그 위반 정도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계약해제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명확한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 2025. 12. 24. 선고 2025다215248 판결에서, 건축물분양법 위반이 존재한다면 그 위반의 경중을 따질 필요 없이, 경미한 시정명령이나 벌금형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분양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분양계약 해제를 고민하고 있는 수분양자, 특히 상대적으로 정보와 협상력이 부족한 서민 입장에서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법리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이러한 법리 흐름을 바탕으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수분양자가 사업자의 건축물분양법 위반을 이유로 분양계약 해제 및 납입금 반환을 청구하여 승소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어떠한 점이 계약 해제 사유로 인정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 개요 및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원고는 창원시에 소재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로, 분양대금으로 총 1억 2,900만 원을 납부하였습니다.
그런데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분양사업자가 분양신고가 수리되기 이전에 계약자를 사전 모집하고, 공개추첨이 아닌 방식으로 호실을 배정하는 등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고, 그 결과 벌금 500만 원의 형사처벌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당 건축물분양법 위반을 근거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는 “갑(사업자)이 건축물분양법 제10조에 따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 을(수분양자)은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제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주체는 종전 시행사인 C사일 뿐이고, 현재 분양계약의 형식적인 당사자는 신탁회사인 자신들이므로 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비록 형식상 계약 상대방이 신탁회사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분양을 주도하고 건축물분양법 위반 행위를 한 주체가 사업자라면, 그 사업자에게 선고된 벌금형은 분양계약서에서 정한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해당 위반 행위가 계약의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벌금형 이상이 선고된 이상 계약서에 정한 해제 요건은 충족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이 사건 분양계약 해제는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기 납입금 1억 2,800만 원 전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위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은 분양 과정의 투명성과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건축물분양법 위반의 경중을 불문하고, 위반 사실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분양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는 수분양자 보호를 보다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사법부의 명확한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법 위반 사유가 존재한다고 하여 곧바로 계약 해제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분양계약서에 기재된 해제 조항의 내용, 시정명령이나 형사처벌과 해당 계약 조항 사이의 법적 연결 관계, 위반 주체의 동일성 및 실질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를 법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성하여 주장해야만 계약 해제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물분양법 위반을 이유로 분양계약 해제를 고민하고 계신 경우라면, 개별 사안에 맞는 법리 검토 없이 단순히 판례만을 근거로 대응하기보다는, 유사 사례에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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